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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August 9, 2024

지중해의 휴양지, 코르시카 꺄흐제즈(Cargèse) 여름 학교에 가다!

여기에 와서 유럽 학생들이랑 어울리겠다고 처음으로 WhatsApp이랑 PayPal을 다 깔아봤다.
지금 참석 중인 Summer School은 지중해의 코르시카 섬에 있는 Cargèse라는 마을에서 열리고 있다. 교과서적 프랑스어 발음으로 말하자면 꺄흐제즈 정도일 텐데 여기 사람들은 그냥 카르제스 정도로 부른다. 코르시카의 최대도시인 아작시오(Ajaccio)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산악지대 풍경을 보면서 굽이굽이 길을 따라 1시간 정도 오면 도착한다.

여긴 통신이 잘 안 터질 때가 많고 에어컨이랑 찬 음료가 없어서 좀 지치긴 한다. 아이스 바닐라 라떼와 제로콜라가 그립다... 내가 있는곳은 숙소 겸 학회장소 (IESC, Institut d'Études Scientifiques de Cargèse) 인데,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정말 이 시설뿐이다. 손전등 들고 30분 정도 산길을 걸으면 상점과 식당이 있는 중심가가 있어서 저녁은 거기서 먹는다. 거기도 말이 중심가지 인구가 130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살면서 와 본 모든 곳 중 제일 외진 듯.

물론 멋진 점이 훨씬 많아서, 위와 같은 약간의 불편함들도 낭만으로 느껴진다. 밤이 되면 수많은 별들이랑 심지어 은하수까지 흐릿하게나마 보일 정도로 하늘이 깨끗하고 (12일 밤에는 페르세우스 유성우도 떨어진다고 해서 무척 기대 중이다), 이 일대에 말 그대로 우리밖에 없다 보니, 바닷가가 꽤 넓은데도 굉장히 프라이빗하고 깨끗하다. 엄청 오랜만에 사람들과 어울려서 해수욕 해 봤다. 그리고 빌리지가 멀다보니 아침 점심은 다 숙소에서 해결하는데 메인메뉴 작은 거 하나에 과일, 요거트, 빵 정도라서 뭔가 살 빠지고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더워서 숙소 창문은 활짝 열고 자는데, 바닷가 + 산골인데도 곤충이나 뱀이 안 들어오는 것도 신기하다. 섬 자체에 뱀은 좀 있긴 하지만 독사는 없다고 한다. 밤길에 보면 도마뱀이랑 박쥐는 있다.

그렇다면 왜 스쿨을 이 곳에서 하는가? 이 스쿨은 나도 무척 관심 많은 곳인 룩셈부르크 대학의 통계물리, 생물물리 그룹들에서 주최하는 것인데, 코르시카가 약간 유럽인들에게는 제주도 포지션이라 그쪽 교수님들이 휴양 겸해서 하려고 여기로 잡은 것 같다. 그런데 찾아보니 그뿐만이 아니라 이 IESC라는 곳 자체가 1960년대에 출범해서 그때부터 이런 학회를 꾸준히 호스팅해온 근본있는 시설이라고 한다.

특히 이론물리학자 헤라르뒤스 엇호프트(Gerardus t'Hooft, 아직도 살아 계시고 작년인가에 한국이 주최하는 워크숍에서도 강연하심)가 이휘소 박사님의 강연을 듣고 영감을 받아 후일에 노벨상을 받게 되는 업적을 이룬 게 다름이 아니라 여기 카르제스 스쿨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여기 시설에 뭔가 연혁이 써 있거나 흔적이 있거나 하지는 않던데, 그래도 그런 역사가 일어난 곳이라고 하니 반갑고 뜻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21일에 한국 돌아가자마자 삼척에서 invited talk 하는 게 있어서 맘 편히 있지는 못하고 그것도 틈틈이 준비 해야 되기는 하지만, 다시 오기 힘든 좋은 곳인만큼 스쿨 참여도, 휴양도 즐겁게 한 뒤에 귀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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