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물리학의 변방에 있는 비평형 통계물리를 전공하면서, 내 세부전공 외의 이론물리를 잘 모르는 게 늘 컴플렉스였다. 정작 수업 들을 때는 잘 못 따라갔으면서 최근에 늦바람(?)이 든 덕분에, 양자장론의 이론적 구조를 늦게나마 취미삼아 살펴보기로 했고 그 예비로서 고전장론을 대강 보고 있다.
구체적인 모티베이션 없이 막연한 흥미로 공부할 때보다, 그 동안 물리덕질을 하면서 내 나름대로 가지게 된 물리학에 대한 전체상, 그리고 여러 수업에서 파편적으로 배운 개별 사실들을 바탕으로 해서 '꼭 알고 싶었던 질문거리'들을 몇 가지 정해두고 그것들을 중심으로 진행하니까 훨씬 빠르고 수월한 듯하다. 그 중심 질문거리들은 주로 대칭성이 물리법칙을 제약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와 관련되어 있다.
먼저 장론의 라그랑지안 역학체계로의 기술방법에 익숙해지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으로서, 고전적인 장의 대표 예시로서 진동하는 1차원 끈의 역학에 대한 연속체 라그랑주 역학을 살펴보고 국소적 보존법칙들을 얻는다. 그 다음에 라그랑지안 기술방법에서 장 자체의 변환(게이지 변환 등)과 좌표 변환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뇌터 원리를 바탕으로, 위의 보존법칙들을 연속변환에 대한 대칭성과 일반적으로 관련지어 다시 수립한다.
고전장론에서 살펴본 두번째 주제는 전자기학을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먼저 기존에 전자기학에서 학습한 elementary한 표기 방법에서도 로렌츠 게이지를 택하면 SR compatibility가 이미 시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맥스웰 방정식, 전하량 보존을 나타내는 연속방정식 등이 민코프스키 계량을 끼고 있는 4-벡터 표기법에서 시간과 공간이 동등하게 보이는 매우 간결한 형태로 Lorentz covariant하게 표현된다. 알려진 전자기학 법칙들에서 시간과 공간이 함께 등장하는 물리현상들은 뉴턴의 고전역학처럼 굳이 특수상대론을 따로 도입해서 수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특수상대론에 부합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던 것이다.
특히 게이지 변환에 대해 field들이 불변이려면 전기퍼텐셜과 벡터퍼텐셜의 변환규칙이 특정한 관계를 만족해야 했는데, 게이지 변환의 이러한 형태 역시 4-벡터 표기법으로 매우 자연스럽게 합쳐서 쓸 수 있다. 이렇게 명시적으로 로렌츠 공변인 표현 상에서 전자기장의 게이지 불변성을 증명해 본다.
다음으로는 전자기장의 라그랑지안 기술방법을 살펴본다: 즉 주어진 라그랑지안이 최소 작용의 원리를 통해 맥스웰 방정식을 올바르게 준다는 것을 살펴본다. 이러한 라그랑지안 기술방법에서 뇌터 원리를 적용하면 전자기 에너지 밀도에 대한 국소적 보존법칙을 얻는다.
또한 거시적 하전입자와 어떤 벡터퍼텐셜(맥스웰 방정식 등을 전제하지 않은)을 합친 액션을 로렌츠 공변하게 쓰는 것만으로 로렌츠 힘의 공식이 나오며, 라그랑지안이 로렌츠 공변인 스칼라여야 한다는 것에 더하여 게이지 변환에 대한 대칭성을 요구하는 것만으로 몇가지 간단한 논리로 전자기장의 라그랑지안(즉 맥스웰 방정식)이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을 밝힌다. 이렇듯, 변환에 대한 대칭성 요구조건만으로 물리법칙을 기술하는 구체적인 방정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공부한 범위 내에서는 일단 이 부분이 가장 하이라이트다.
이렇게 대칭성 요구조건에 의해 물리법칙이 제약되는 것은, 기존에 알려진 물리법칙의 필연성(?)에 대한 느낌을 갖는 것뿐 아니라, 일반상대론과 양자장론 등에서 아예 기존에 몰랐던 새로운 물리법칙을 얻는 데 대한 가이드라인이 되어 커다란 성공으로 이어졌으므로 가히 현대 이론물리학의 요체가 아닐까 한다.
다음으로는 양자역학의 슈뢰딩거 방정식에서 전자기 퍼텐셜이 들어오는 방식 또한 4-벡터로 간결하게 표현됨을 살펴본다. 이때 전자기 퍼텐셜의 게이지 변환에 대해 이 시스템이 불변이려면 파동함수의 위상 또한 알맞게 변환되어야 함을 이해한다. 또한 이러한 슈뢰딩거 방정식 기반의 파동함수 기술방법이 언제 한계에 봉착하는지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이 내용을 살펴보는 이유는 아래에도 쓰겠지만 디랙필드에서 전하량 보존을 논의할 때 게이지 변환에 의한 필드의 위상 변화를 고려해야 하는 등, 양자장론에서 나오는 개념들에 대한 예비로서 중요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지난 일주일간 정리해본 결과다.
앞으로는 본격적인 양자장론으로 넘어가기 위해, 먼저 이러한 진동하는 끈을 정준 양자화하여 bosonic field에 대한 비상대론적 양자장론을 얻고 경로적분 기술방법도 살펴볼 것이다. 또한 Klein-Gordon field와 같은 질량이 있는 장도 같은 방법으로 양자화해 본다. 다음으로 bosonic field의 교환자 관계를 반교환자 (anticommutator) 관계로 대체함으로써 고전시스템에 비유되기 다소 어려운 fermionic field도 기술해 보고 이로써 양자장론에 한층 더 익숙해지도록 할 것이다.
또한 응집물질 물리학에서 속도가 충분히 느린 입자들을 기술할 때는 이러한 비상대론적 양자장론이 실제로 유용하다고 알고 있는데 보조 교재를 통해 이것들의 구체적인 예시를 공부한다.
다음으로는 본격적으로 상대론적 양자장론을 살펴본다. 거시적 하전입자를 다루는 고전 전자기학에서 했던 것과 유사하게, Dirac field에서 로렌츠 공변성과 게이지 대칭성을 요구하는 것만으로 quantum electrodynamics의 라그랑지안을 얻는다. 대칭성을 요구함으로써 기존에 알지 못했던 법칙을 얻은 것은 이것이 처음이므로 검증이 필요한데, 이 이론을 통해 어떠한 주요 개별 현상들이 설명되는지도 기초적인 수준에서 알아두도록 한다.
또한 여기서 디랙 장의 위상 변환이 관여된 뇌터 원리를 통해, 게이지 변환에 대한 QED의 불변성에 대응되는 보존법칙이 다름 아니라 전하량 보존이라는 것을 알아본다. 또한 스핀 값이 교환자관계를 어떻게 제약하며 (spin-statistics theorem), 각 스핀 값에 대하여 어떠한 양자장론이 존재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다음으로 양자전기역학이 gauge theory로서 gauge boson을 가져야 한다는 것의 의미와, 그러한 게이지 보손이 전자기력의 '매개 입자'라고 불리는 이유,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빛(전자기파의 양자로서의 광자)과 연결됨을 공부해 본다.
물론 아직 고전장론만 살펴본 상태이고, 공부해보지 않은 양자장론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질문거리들을 말이 되게 설정했는지조차 불명확하므로 이 개요 또한 향후 공부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수정이 될 수 있다. 또한 구체적인 문제상황을 예측하기 위한 계산테크닉보다는 껍데기같은 주요 이론 유도 위주로만 빠르게 살펴보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어 걱정이긴 한데, 상술한 주요 질문거리에 답하는 정도로 생각하면 괜찮지 않을까 한다. 전공 내용 관련 블로그가 반년 넘게 개점휴업 중인데 이러한 내용들을 정리해보면서 다시 살려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양자장론에서의 기타 개별 토픽에 대해 살펴본다. 현재 생각으로는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주제들을 아주 대략적으로라도 한번씩 살펴보자는 느낌인데, 지금 관심이 가는 주제들로는 양자장론에서는 양자 얽힘이 어떻게 기술되며 어떠한 현상들이 존재하는지 알아보는 것, 그리고 이러한 이론들에 topology가 들어오는 배경과 그 중요성을 이해해 보는 것 등이 있다. 또한 통계역학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conformal field theory가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 이해해 보고, 이와 관련된 가장 심화된 주제로는 중력이론과의 대응성도 살펴볼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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