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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uly 27, 2022

NEST meeting 발표 후기 (220722)

 지난 금요일에는 약 1년만에 NEST 미팅에서 발표를 했다 (발표자료: 아래에 임베드). 지난번과 달리 zoom이 아닌 오프라인 현장에서 발표했는데, 현장에는 고등과학원 선생님들만 오셔서 옹기종기 진행을 했지만 줌으로는 좀더 많은 분들이 들으신 모양이다. 비록 informal한 시간이지만 통계물리 분야 교수님들, 박사님들께서 한 줄 한 줄 봐주시기 때문에 준비도 무척 디테일하게 하게 되고, 발표 과정에서의 디스커션도 다른 어느 발표보다도 알차게 도움이 된다.


나는 저번 발표(블로그 게시물 링크)에서처럼 이번에도 thermodynamic geometry (이하 TG. 합의된 약어는 아니며 임의로 줄인 것임) 쪽 논문을 리뷰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시스템의 거시적 상태를 정의하는 파라미터 (온도, 압력 등) 쌍들의 모임이, 그 곡률이 명확한 역학적/에너지적 의미를 갖게끔 어떤 다양체를 이룬다는 것이 TG의 핵심적인 관찰이다.


원래 이쪽 분야는 Ruppeiner geometry, Weinhold geometry 등의 이름으로 평형 시스템의 거시적 열역학에 대해 먼저 수립되었고, 액체-기체 상전이나 이징 모형과 같은 교과서적 모형에 대한 기하적 재해석뿐 아니라 블랙홀 등에 대한 최신 연구들에도 꽤나 활발히 적용이 되었다. 다만 상전이에서 나타나는 불연속점이나 미분불가능점 같은 singularity에 대해, 이론 물리학의 자랑할 만한 방법론으로서 잘 정립된 재규격화군(RG) 등에 비해서 이런 TG가 얼마나 좋은 설명력과 새로운 시야를 제공할지는 의문인 상태다.


단적으로 말해 TG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열역학적 현상을 매니폴드 위에서 일어나는 걸로 취급할수 있더라 라는 재밌는 해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하에서도 서술하겠지만 그러한 재밌는 포말리즘이 연구자를 매혹시키고 계속 공부를 하게끔 한다. 분포가 오직 거시적 파라미터에 의해 간단히 결정되기 때문에 이들 시스템의 기하학은 피셔 정보량을 메트릭 삼는 정보기하(information geometry)와 동등하기도 하다.


아무튼 그러다가 비평형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확률열역학이 발달되면서, 평형으로 relax되고 싶어하지만 외부 제어입력 때문에 계속 평형에서 조금 떨어진 채로 evolve되는, 요동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계들을 선형근사해서 TG로 다루는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이미 잘 정립되어 있는 linear response theory (LRT) 가 여기에서 적극적으로 쓰여, 물리문제를 어떠한 기하문제로 바꾸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잘 guide를 해준다.


시스템을 제어해서 처음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기는 작업을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은 꽤나 응용가능성이 많은 연구문제다. TG에 따르면 그런 에너지적 비용이, 매우 자연스럽게 파라미터 다양체 상에서의 '길이'와 직접 관련지어 써진다.


멀리 옮길수록 비용이 많이 들테니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TG의 message는 그것보다는 약간 더 nontrivial하다. 목표로 하는 처음 상태와 나중상태가 정해져 있더라도, 어느 경로를 거쳐서 가는지를 여전히 무한히 다양하게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체가 시스템의 역학적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떤 경로를 거쳐야 마찰 등에 의한 에너지적 비용 발생을 최소화하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말하자면 매우 추상적으로 정의된 휘어진 공간 상에서 길이를 최소로 하는 '직진'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게 TG의 핵심적 역할이다. 이 경우에 길이를 정해주는 메트릭 텐서는 정보기하와는 약간은 다르게 된다.


더 나아가서, 같은 경로를 따르더라도 어느 부분에서 빠르게 가고 어느 부분에서 느리게 가느냐에 따라 에너지적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비록 LRT 영역이라 어차피 매우 느린 상황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이러한 time-parametrization의 이슈는 어느정도 다뤄질 수 있다. 어떤 고정된 경로에 대해 코시-슈바르츠 방정식을 적용하면, (대충 대각화시켜서 얘기하자면) 메트릭텐서의 역할을 하는 susceptibility의 크기가 클수록 그 곳에서는 느리게 움직여야 한다는, 어찌 보면 꽤나 직관적인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에 NEST 미팅에서 소개한 논문은 이러한 TG의 방법론을, (Thouless가 처음 보고한) adiabatic pumping이라는 문제에 대해 적용한다. Adiabatic pumping은 거시적, 항시적 기울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싸이클을 돌려서 일정한 방향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흐르는 것은 전기가 될수도 있고 스핀이 될수도 있는 등 다양하다. 저자들은 열역학 연구자들이므로 주로 역학적 에너지를 뽑아내는 엔진에 대해서 다룬다. 특정한 방식의 엔진싸이클은 adiabatic pumping으로 간주될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따로 노는 것처럼 보였던 adiabatic pumping 분야와 열역학적 제어 분야가, 기하학이라는 징검다리를 통해 연결된다. 그리고 효율이 높으려면 그만큼 일률(power)는 줄어들어야 한다는 tradeoff relation이 기하로부터 주어지게 된다.


청중 선생님들의 공통된 지적은, 포말리즘이 무척 재밌기는 한데 과연 얼마나 새로운 시야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해당분야 연구자들이 좀더 와닿게 밝혀줘야 할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scarce한 상황에서 제어를 통해 어렵게 어렵게 에너지를 뽑아낼때는 어떤 경로를 얼마나 빠른속도로 거칠지의 이슈가 중요해지고, 그럴 때 TG가 기존에 우리가 몰랐던 실용적인 솔루션을 제공할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고 있다. 그래도 확실히 재밌긴 한것같고, interest가 잘 맞는 것 같으니 함께 꾸준히 공부 해보자고 말씀해 주셨다.


한편, 아예 평형으로 relax될 생각이 없이 항시적(housekeeping)으로 평형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 arbitrarily far-from-equilibrium 시스템에 대해 TG를 적용하는 연구는 아직 별로 없는 상태다. 왜냐면 LRT만 해도 평형계에서부터 미소하게만 떨어진 것이므로 거시적 파라미터 셋으로 규정되는 앙상블 접근이 약간은 통하는데, 평형에서 임의로 멀리 떨어진 시스템은 앙상블 접근 자체가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시적 조건 하에서 비평형계가 어떤 상태를 택할지에 대한 일반원리는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로, 최소 엔트로피 원리, 최대 엔트로피 원리, 최대 캘리버 원리 등 여러 설들이 부분적인 이해만을 제공하고있다.


Active matter를 비롯한 내가 정말로 관심있는 시스템들도 대부분 이 경우인데, 여기에의 TG 적용은 아직 블루오션이라고 볼 수도 있겠고, 한편으로는 위와 같은 이유로 근본적으로 TG와 안 맞는다고 볼수도 있다. 물론 far-from-equilibrium에서의 엔트로피 생성을 기하적으로 다루는 연구 흐름들도 있고 그것들에도 관심이 무척 많긴 하나, 그건 파라미터들의 공간이 아니라 좀더 추상적인 함수공간이므로 TG와는 아예 다르다.


Active matter를 제어해서 에너지를 뽑아내거나 구조를 형성시킬 때 비용이 어떻게 드는지에 관해서는, 정적인 상태에서의 연구는 나름 진행이 되고 있지만 동역학적 과정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시피한 상태다. 그 돌파구는 위에서 말한것처럼 함수공간 상에서 엔트로피 생성을 보는 쪽이나, 아니면 optimal transport theory 및 speed limit 쪽에서 활발히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긴 하며, 그쪽에도 흥미가 많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들에 대한 지식이 TG로도 어느정도 증진된다면 그 역시 꽤나 재밌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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