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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pril 16, 2023

비평형 협력의 열역학: 성능 개선과 이례적 응답의 근원

주말에 인턴 학생에게 제공할 겸 해서, 최근 구상 중인 연구의 research proposal을 열심히 썼다 (이 문단 밑에 첨부). 쓰고 나니까 내 명료하지 않았던 생각도 섬세하게 잘 정리가 되어서 한결 나았다. 프로포절의 요지는 통념의 물리학적 상식과 반대로 반응하는 이례적 응답(anomalous response)에 대한 것이다.


나는 이런 것들이 공통적으로 비평형 조건에서의 협력에 의해 가능한 유효(effective) 현상들이라고 보고, 그것을 지탱하는 열역학적 원리를 알아내고 싶은 것인데, 예컨대 어떤 유체 속에 물체가 잠겨 있으면 상식적으로 마찰에 의해 운동을 방해받아야 맞는데, 개별 입자 수준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헤엄치는 능동 유체(active fluid)라면 그 속의 물체는 오히려 한번 시작한 운동이 더 빨라질 수 있다.

또한 세포골격을 걷는 분자 모터들에 동기화 항을 주면, 앞으로 밀었는데 오히려 뒤로 당겨져 오는 '음의 질량' (effective negative mass) 이라는 현상도 생길 수 있다. 이외에도 작용/반작용 법칙을 위배하는 non-reciprocal coupling, 그리고 점성인데도 에너지를 흩뜨리지 않는 odd viscosity, 탄성인데 독특한 방식으로 에너지를 되뱉는 odd elasticity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례적 응답들은 각각 따로 연구는 활발하게 되었고, 모두 다 비평형 때문일테지만, 이것들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은 잘 없다. 또한 어떤 열역학적 원리 (즉 에너지출입과 비가역성) 에 의해 가능한지, 얼마만큼의 열역학적 비용이 드는지도 잘 연구된 게 없다.
그래서 내가 상상한 것은, 이러한 이례적 응답은 결국 어떤 응답계수의 부호가 +에서 -로 바뀌는 것이거나, 아니면 어떤 행렬 같은 것에 반대칭적 성분이 생기는 것이니까, specific한 시스템이 아니라 아주 일반적인 어떤 행렬같은것만 두고 그것들에 대해 확률열역학(stochastic thermodynamics)적 분석을 하면, 그 행렬을 특징짓는 어떤 양이 엔트로피 같은 열역학적 비용과 연관되어 써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면 여러가지 이례적 응답을 통합적으로 기술할수 있다.

그런데 다 쓰고 나서 마침 비평형 열역학의 기하학적 해석 관련해서 논문을 엄청 많이 쓴 교토대학의 Andrea Dechant 및 Shin-ichi Sasa 그룹이랑 도쿄대학의 Sosuke Ito 그룹에서 요즘 뭘 하고있는지 궁금해서 들어가 보았는데, Ito 그룹에서 내가 궁금하던 정확히 저런 것을, 그것도 아주 일반적으로 기술하는 논문을 지난달 말쯤에 아카이브에 올렸다 (arXiv preprint 링크: N Ohga, A Kolchinsky and S Ito, "Thermodynamic bound on the asymmetry of cross-correlations," arXiv preprint, arXiv:2303.13116.).
이 논문은 상관함수의 반대칭성의 정도가 엔트로피 소모량에 의해 한계지어진다는 것을 매우 일반적, 명시적으로 증명했는데, 물리학 분야에서 최고 저널 중에 하나인 Physical Review Letters (PRL) 타겟으로 쓴 것 같고, 워낙 내용이 좋아서 아마 PRL에 붙지 않을까 싶다. 또한 바로 5일쯤 전에도 같은 저자들에 의해 비슷한게 올라왔다. 이건 spectral 즉 고유값 관련 성질로 풀었다.
(230630 내용추가: 이 논문에 관하여 이번 6월에 진행된 국내 행사 <11th Workshop on Nonequilibrium Fluctuation Theorems>에서 내가 소개했던 발표 자료를 아래 첨부한다.
관련 Facebook post: 링크)



(230904 내용추가: 예상대로 이 논문은 확률열역학 분야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즉각적인 관심을 끌었고, PRL에 무려 Editor's suggestion으로 게재되었다. PRL에 게재된 논문 링크: N Ohga, A Kolchinsky and S Ito, "Thermodynamic bound on the asymmetry of cross-correlations," Phys. Rev. Lett. 131 (7), 077101 (2023).)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일단 반대칭 성분이 등장하는 것이랑 (non-reciprocity 등), 어떤 응답계수의 부호가 +에서 -로 바뀌는 현상 (음의 질량 등)이 서로 통합될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해 보아야 한다. 만약 두가지가 서로 다른 것이라면 후자는 이번 Ito 그룹 논문에 의해 명시적으로 다뤄지지는 않은 것이므로, 이를 빠르게 다뤄볼수 있다. 만약 두가지가 서로 같은 것이라면 좀더 구체적인 개별 시스템 (내가 다루고있던 능동물질 등) 에 대해 적용해 볼 수 있겠다.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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