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볼츠만 메달의 수상자 중 한 명이 존 홉필드(J. J. Hopfield) 교수님으로 결정이 되었다고 한다.
볼츠만 메달(Boltzmann medal)은 루트비히 볼츠만의 이름을 따서 STATPHYS 학회에서 수여하는 상으로, 우리 통계물리학 분야의 가장 큰 상이다. 이번 시상은 작년에 도쿄에서 열렸어야 하지만 올해로 미뤄진 STATPHYS 학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홉필드는 associative memory를 구현한 Hopfield network의 제안자로, 이렇듯 창발적, 집단적 학습기계로서의 뉴럴 네트워크에 대한 초기 기여로 인공지능 분야에서 무척 유명하다. 제일 많이 인용된 PNAS 논문은 현재 25000회이며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도 많이 늘어날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엄연히 통계물리학자 출신으로, 초기 커리어에서는 exciton 등등 고체와 전자기장의 상호작용 쪽에도 업적이 있다. 또한 확률적으로 작동함에도 불구하고 정확해야 하는 세포생물학적 과정(DNA 복제 등)에서의 동적 오류 수정 (kinetic proofreading) 을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이번에 우리 연구실에서 지원한 과제가 DNA 오류 수정을 비평형 열역학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보니 바로 이 kinetic proofreading과 관련이 있을 예정이라, 이쪽으로 문헌들을 조사하고 있기도 하다.
아무튼 서로 꽤 달라보이는 이들 각각의 분야에서, 수천 회 인용된 논문들을 수십 개 이상 가지고 계시니 (h-index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구글에 검색해 보면 77이라고 한다) 정말 멋진 것 같다.
홉필드와 함께 수상한 Deepak Dhar 역시 매우 유명한 분이다. 통계물리학의 타 분야 응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교양서적 등에서 '자기조직화 임계성 (스스로 짜인 고비성, self-organized criticality)'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임계현상이란 계가 완전히 랜덤하지도 않고 완전히 질서있지도 않은 경계 부근에서 나타나는, 인풋 변화에 대한 응답 계수가 발산하는 등의 흥미로운 현상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복잡계라고 부르는 여러 시스템들은 간단한 동역학적 규칙에 의해 계가 스스로를 임계점 근처로 이끌곤 하며 이를 자기조직화 임계성이라고 한다.
이는 초기조건을 매우 민감하게 마련해두지 않아도 계가 알아서 그러한 복잡성을 보이도록 진화한다는 것이라 무척 중요하다. 이러한 자기조직화 임계성이 처음으로 보고된 시스템 중 하나인 BTW sandpile에 대해 이론적인 분석을 한 것이 Dhar의 대표적 연구이다.
개인적으로 재밌다고 생각하는 건 이번 볼츠만메달의 두 수상자인 홉필드와 Dhar의 연구가 엮일 수 있는 지점이 보인다는 것이다. 뇌가 효과적인 정보처리를 하는 것이, criticality 주변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인 critical brain hypothesis가 있다.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뇌는 발생 과정의 산물이며 미니멀한 룰들의 연결로 이뤄진만큼 자기조직화 임계성의 예시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딥러닝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 자기조직화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뉴럴넷의 weight 값들이 상전이의 경계에 있을 때 정보 전파의 깊이가 발산하므로 학습이 잘 이뤄진다는 연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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