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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March 26, 2023

13학번 선배들의 교수 임용 소식을 보며

전기과 학부시절 13학번 선배들 중에, 올해들어 교수로 임용되었다는 소식을 슬슬 많이 듣는다 (만 27-29세 정도). 과가 워낙 크다 보니 대부분은 직접 아는 분들은 아니긴 한데, 물론 직접 아는 분들도 있고, 분야는 주로 AI 및 AI반도체 쪽인 듯하다.

그리고 직접 인연은 없는 학과지만 수리과학부 쪽에선 우리 통계물리 분야에서 친숙한 PDE들의 수학적 성질을 보시던 13학번 분도 이번에 교수님 되셨다고 들음. 말하자면 응용수학 쪽인데 AI반도체처럼 산업에 직접 응용되는 느낌은 아니므로, 통계물리 전공하는 입장에서 꽤 참고할만한 케이스인 듯하다.


아무튼 현황이 이렇다는 것은 내년쯤이면 우리 14학번들 중에도 교수로 임용되는 분들이 꽤 생길 수도 (아니면 이미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동갑이거나 동기인 지인들 중에서도 박사 받는 분들은 슬슬 생기고 있는데, 교수 임용은 커녕 박사 졸업하는것도 나한테는 사실 아직 하나도 와닿지가 않고 다른 세상 얘기 같다.

14학번 중에서는 누가 가장 먼저 임용이 될까? 내가 인지하고 있는 분 중에서는 컴공 14 중에 박사 미국 유학 가신 어떤 분이 학부때도 잘 하기로 유명했는데, 지금 보니 NLP 쪽에서 인용수가 3천여 회에 달하고, 강연이나 학술행사 같은 걸 할 때면 벌써 교수님들이랑 같은 급으로 섭외돼서 강연 하시고 그러더라. 이분도 졸업이 얼마 안 남으셨을 텐데, 아마 교수로 임용되시거나, 아니면 회사 쪽에 대우가 더 좋은 직책이 있으면 그쪽으로 가던가 하실 듯.


나는 이제야 첫 논문 섭밋했는데 물론 분야별 차이도 많이 있을 거고, 학부에서 이상한 거 하느라 남들보다 3-4학기 더 다닌것도 감안을 해야 겠지만... 위처럼 벌써 논문 수백 회 내지는 천몇백 회씩 인용되고 교수 임용되시는 분들을 떠나 그냥 대학원생들 평균, 혹은 회사 생활 하고 있는 친구들 평균이랑 비교해서도 뭔가 커리어의 status가 꽤 늦어지고 있는건 이제는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될 현실인 듯하다. 그렇지 않을 줄로만 알았고 실제로 그렇지 않았는데, 첫 실적이 늦어지면서 한 21-22년 기점으로 그야말로 순식간에 그렇게 되어 버린 느낌이다.


나는 인더스트리 생각을 한동안 많이 했고 지금도 막 아카데미에 꼭 남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건 아닌데... 기본적으로 공부하고 지식 추구하는 게 제일 재미는 있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학위과정 동안에 실적이 괜찮게 나와서 뭔가 학문적인 커리어를 잘 꾸려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 그리고 좋은 환경의 포지션이 있으면 가급적 아카데미에 더 있어 보고 싶은 편이다.

만약에 그렇지 못하다면 어려운 포지션에서 너무 오랫동안 남기보다는, 물리 전공했다는 백그라운드를 잘 알아주는 곳을 잘 찾아서 취업을 하는 게 개인으로서의 팔자에 더 좋을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어쨌든 나중에 봤을때 미련이 없게끔 최대한 해 봐야 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내가 생각중인 내용 및 분야를 좀더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동료들한테 당장의 구상으로는 어필이 잘 안되더라도 나 혼자서도 틈틈이 계산 많이 해보고 하면서 능동적으로 결과를 가져가서 보여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정식으로 approve되지 않은 계산들, 당장에 재밌는반응이 별로 없는 계산들은 이걸 내가 마음대로 해 봐도 되나 주저하면서 제대로 dive in하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make sense하는 방향인데도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럴 이유가 없는것인데...

지금도 involve되어 있는 주제가 몇 가지 있는데 이것들만 졸업 전에 모두 논문실적으로 만들어 내더라도 대기만성 느낌으로 나름 괜찮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논문화할 만큼 만족스러운 완성도에 도달시킬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연구 자체와 함께, 그것을 어떻게 엮어서 어떤 커리어를 지향할 것인가 하는 것도 지금보다 훨씬 치열하게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또 역전될 수도 있고 좋은 길이 보일 수도 있고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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