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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March 5, 2022

양자역학과 통계역학의 구분: 디스커션의 레벨을 잘 분별하여 변증법적 이해를 도모하자

물리학에서의 확률 하면 흔히 양자역학을 생각하는데, 그러한 양자역학적 확률(불확정성 원리 등)과 통계역학적 확률(엔트로피 등)이 서로 다르다는건 독서 및 양질의 웹검색 등을 통한 개념 교통정리와, 기초적인 일반물리학 훈련을 통해서 감을 잡을수 있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알더라도 개별 문제로 들어가면 이 둘을 은근히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대표적인 게 영점 에너지, 양자 상전이(quantum phase transition) 같은 것들이다.


외부와 열적 접촉을 하고 있을때 온도가 잘 정의되고, 그렇지 않다면 양자통계역학적 시스템이 아니라 그냥 양자역학적 시스템인 것. 요컨대 각 state의 에너지레벨과 degeneracy를 구하는건 양자역학이지만, 실제로 계가 각 state를 어느 확률로 갖겠냐는 건 통계역학이다.

(여담으로 유한한 온도에서 수소원자 해밀토니안의 모든 state의 볼츠만팩터를 더한 분배함수가 발산한다는 문제가 있던데 직접 계산해보고 해결해 봐도 재밌을거같다)


보손, 페르미온의 통계역학이 서로 다르다는 걸 논의할 때도 여러 입자의 결합 파동함수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formulate할때도 있지만, 그냥 알려진 조합론적 성질(한 state에 무한히 들어간다 / 한개만 들어간다)만으로 '쉽게' 유도할때도 있다. 나는 대학원 통계역학 수강을 할때는 후자로 배웠지만, 조교 할 때에는 전자로 강의를 하셨다. 후자 같은 경우엔 사실 파동함수를 쓰는 양자스러운 계산이 직접 등장조차 안 한다.


그러면 열적 접촉 말고 빛과의 상호작용에 의한 들뜸 같은건 어떻게 하느냐... 이것도 계산방법이 있을 테고, 포톤가스를 통계역학적으로 다루기도 하는 것 같다.


아무튼 이런걸 심오해보이게 말고 딱 즉문즉답 식으로 클리어하게 구분하는 논증과 예시 같은걸 많이 갖고 기억해두고 있으면 좋을거같다.


(여담이지만 이런 거랑 비슷하면서 좀 다른 얘긴데, 계가 에너지 낮은 걸 선호한다는 거랑, (토탈)엔트로피 높은걸 선호한다는 것도 전제조건 같은 걸 정확히 써 두면 열역학의 언어로 쉽게 통합적으로 다룰수 있는건데... 기초 일반화학 쪽에서 주로 현상의 설명을 위해 정성적으로, 말로 다루다 보니 둘 사이에 많이들 헷갈리는 것 같음. 특히 화학반응의 선호 같은걸 생각할때.)


그러면 양자 상전이라는게 무엇인가? 요동의 크기와 커플링의 세기 사이에 경합이 존재할때 파라미터 변화에 따라 상전이가 일어날수 있는데, 그 요동의 정체가 열적인 것이 아니라 양자적인 경우인것.


양자요동은 quantum harmonic oscillator에서 영점에너지 얘기할 때 나오는 그것이고, 절대영도에서도 양자요동이 있기 때문에 구성요소 사이에 커플링이 적절히 돼있는 계라면 절대 영도에서도 양자상전이가 가능함.


물론 유한한 온도에서도 양자상전이가 가능하며 한 시스템 안에서 열요동과 양자요동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픽쳐도 당연히 있다 (서로 통합된, 연결된 현상). 그리고 한편으로는, 임계점 근처에서는 어떤 차원에서 열적 요동에 의한 상전이와, 다른 차원에서 양자요동에 의한 상전이 사이에 대응도 존재한다(다른시스템에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현상). 사실 이런 것 때문에 더 헷갈릴수도 있다.


흔히들 질문하는 '절대영도에 실제로 도달할수 없는 이유'는, 적어도 일단은 영점에너지 같은 양자역학적 개념이 아니라 열역학/통계역학의 질문인것같다. 설령 절대영도에 정확히 도달하더라도 양자요동이 있다는게 영점에너지니까.


다만 이 열역학적 질문도 더 빈틈없이 통제하고 더 깊게 들어가면 양자적인 질문이 될수도 있는 것 같고 (사실 잘모름), 이와 별개로 통계역학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미묘한 질문인 비가역성의 근원 문제도 제기될수 있다. 결국 다 deterministic time evolution이지 않느냐. 이는 고전통계역학에서의 볼츠만의 H-theorem에 비견되는 양자통계역학의 근본 물음으로서, eigenstate thermalization hypothesis (ETH) 등의 키워드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되면 개념이 섞여버리고 논의의 레벨을 헷갈리게 된다. 전공필수과목 수준에서 지금 상황이 양자역학적인 것인지 통계역학적인 것인지는 정확히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 사골같은 예시로, 물이 도체냐 부도체냐가 초중고 넘어갈때마다 달라진다고 밈처럼 까이지만 그래도 지식을 급히 먹다 체하지 않으려면 그 스텝을 따르는게 좋은데, 이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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