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ST meeting은 고등과학원 통계물리분과 교수님들 앞에서 학생들이 재밌게 읽은 논문을 ppt로 만들어서 소개하고 디스커션 하는 모임이다. Informal atmosphere의 모임이라고 하지만 ppt에 있는 계산 과정이 납득이 될 때까지 한줄 한줄 함께 봐주시기 때문에, 모임 준비의 주관적인 존재감은 꽤 큰 편이고 많은 공부가 된다.
이번에 내가 소개한 논문(링크: arXiv:2306.00417.)은 일본 교토대의 Andreas Dechant가 이번에 올린 아카이브 프리프린트인데, 확률적 물리계에서 Power Spectral Density (스펙트럼, 쉽게 말해 주파수별 신호의 세기) 의 모양이 열역학적 원리에 의해 제약이 된다는 꽤 멋있는 논문이다 (슬라이드 첨부, 하단에 내용 요약).
시스템의 PSD를 보는 것, 즉 무작위 시스템을 주파수 영역에서 분석하는 것은 시스템의 특성 이해에 매우 유용하므로 통신, 소자 및 여러 물리분야에서 표준적으로 쓰인다. 우리 비평형 통계물리 분야에서도 20세기 초중반에 확립된 linear response theory에서 이러한 접근이 많이 발달했다. 특히 fluctuation-dissipation relation은 계가 평형에 있을 경우, 계에 가해지는 요동의 PSD와, 계가 외란에 응답하는 방식이 주파수 영역에서 특정한 함수관계를 만족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려주어 이론과 실험 양쪽에서 무척 유용하다.
그러나 참 이상하게도, 20세기 최후반에 등장하여 현재까지 활발히 연구되는 새로운 도구인 '확률열역학'(stochastic thermodynamics) 에서는 2005년의 Harada-Sasa relation 정도를 제외하고는 주파수 영역에서의 접근이 영 드물었다.
확률열역학에서는 주로 평형으로부터 미소하게 멀지 (linear response regime) 않고, 임의의 큰 정도만큼 멀리 떨어진 (far from equilibrium) 계를 다루며, 이때 비평형의 정도를 정량화하는 방법은 결국 비가역성의 척도인 '엔트로피 생성량'이다. 비평형에서만 가능한 여러 에너지 및 물질의 흐름들과 이례적 응답 방식들이 있는데, 이들이 선명하게 나타나려면 그에 상응하는 충분히 큰 엔트로피 생성량이 필요하다. 이를 명시적으로 밝힌 TUR, speed limit, EB 등의 부등식들이 지난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여럿 등장했다. 주파수 영역에서도, 이처럼 엔트로피 생성량에 의해 PSD의 모양이 제약되는 현상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PSD의 꽤 복잡한 표현식과 그것에 대한 더욱 복잡한 변분 표현 (variational expression)을 바탕으로, 임의의 확률적 계에서 PSD의 그래프가 가질 수 있는 상한선과 하한선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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