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생각중인 주제는 여러 구성요소가 있는 시스템에서 협력 및 동기화라는 현상을 정보 교환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물리학에서의 정보라는 것은 일상에서의 정보와 상당부분 통하기는 한다. 그런데 정보가 많다 혹은 적다 라는 것이, 상황과 해석에 따라 일상에서의 의미와 같을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다 보니 처음엔 상당히 헷갈릴 수도 있다.
통신이론에서 출발하여 전기전자공학에서 널리 언급되는 섀넌의 정보엔트로피가 물리학자들의 엔트로피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양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정보열역학이라고 하는 분야는 에너지 교환뿐만 아니라 정보 교환(계의 구성요소가 서로의 상태를 탐지해서 피드백을 주는 것)까지 포함해서 열역학을 기술하고자 하면서 그 둘의 구체적 접점을 보다 비자명하게 탐색한다.
정보열역학 하면 주로 맥스웰의 악마, 질라르드 엔진(Szilard engine) 같은 아주 단순화된 모형계에 대한 연구를 떠올린다. 이것이 2000년대쯤부터는 Sagawa, Parrondo 등의 여러 파이오니어를 통해 연속적 동역학을 가진 시스템들에까지 확장되었고, 극히 최근에는 생체계에서의 정보처리 (정보교환이 있어야 생체 내 과정들이 정밀해짐. Leighton and Sivak 등) 혹은 아예 란다우어 원리를 필두로 한 미시적 계산장치들에 대한 이론적 분석 (Wolpert, Crutchfield 등)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 후자의 경우 나는 아날로그 딥러닝의 효율 분석 및 개선에도 적용될수 있을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내가 정보열역학에 관심이 생긴 것은 정보라는 것이 통계열역학 분야의 외곽에 약간 억지로(?)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두 하위 시스템으로 쪼개는 단순한 처리만으로도 매우 자연스럽게 정보의 개념을 고려하게 되므로 상당히 중심적인 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그렇다. 즉, Szilard engine에서의 measurement and feedback을 통한 정보 처리 과정은 사실 아주 특별하고 새로운 것이 아니며, 상호작용하는 여러 구성요소를 가진 물리계라면 으레 존재하는 것이다.
각 하위 시스템에 대해 2법칙을 썼을 때, 전체 시스템에는 정보 개념이 없더라도 각 하위 시스템에 대한 2법칙에는 정보 개념이 들어가게 된다. 만약에 협력하는 여러 개체로 구성된 어떤 기계가 바깥에 유용한 일을 해 줄 때, 각 개체의 열효율을 2법칙에 부합하게 쓰면 그 효율에도 정보개념이 들어간다. 전체 효율과 하위시스템의 효율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정보교환이 클때 여러가지 이례적 현상들이 나타나지는 않을지 등을 연구하면 재미있을 듯하다. 이는 우리 연구실의 중심 토픽인 active matter의 집단현상에서도 중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Active matter가 일으키는 여러 재미있는 현상들의 가장 중심에는 결국 주변 환경에서 특정한 종류의 신호를 강화시키는 정류(rectification)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는데, 이 정류라는 것이 다름아니라 measurement and feedback과 거의 동일한 것 같기 떄문이다.
일본 쪽 연구자 분들이 특히 잘하는 확률열역학 이론 분야에서, 정보개념까지 같이 생각하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이들의 연구를 따라가 보면 좀더 우아하고 보편적으로 이론을 전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7~8월에 일본출장이 예정돼 있는데 그 전에 여러가지 질문거리들을 꼭 준비해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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