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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December 7, 2021

최신의 text-to-image generation 모델들: archetype에 대한 창의적 재조합자의 출현

 페친분들이 올리셔서 알게된 https://app.wombo.art 라는 사이트에서 text-to-image generation을 직접 해 볼 수 있다. 아무 문장이나 넣으면 상응하는 그림을 그려 주는데 창의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무척 잘 해 준다. 지금까지 봤던 여러 신기한 AI 필터들이나 GauGAN 같은 것들에 비해서도 격이 다른듯...


그리고 진짜 이게 될까 싶은것도 척척 알아듣고 그려주는데, 기존에 학습된 오브젝트들만으로 하는게 아니라 즉석에서 구글링을 해서 뭔지 찾아내는 방식인 것 같음. 그것들을 가지고 기존에 없던 조합들까지 잘 표현해 준다는 것도 강점이고.


몇가지 잘된 예시들을 첨부한다 (하단 Facebook 게시물 링크). 대응되는 지시문은 각 사진 하단에 써 있다.


그런 면에서, 사람들이 인터넷상에 형성해 놓은 어떤 대상이나 개념에 대한 공통적 archetype을 얘가 뽑아낸 뒤에 재조합해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의 퀄리티로 실현된 기분임.


뭔가 상황을 표현하고 싶은데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 얘한테 시켜 보고 아이디어를 얻는다거나 할 수도 있을 것. 그 전에 이걸로 이것저것 해보는 것 그 자체가 재밌기도 하고... 다만 해보실 분들이 주의할 점은 사람과 관련된 건 주로 징그럽거나 선정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아서 비위가 상할 수 있음. 첨부한 결과들도 사람에 따라 징그러울수 있긴 하다.

인공지능이 이미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의 조수로서의 머신러닝에 특별히 많은 흥미와 기대를 갖고 있는데, 이런 방향으로 재밌는게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 2022.05.28 내용추가: 그리고 요즈음은 diffusion model의 급격한 발전으로 이것보다 훨씬 선명한 이미지들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물론 모델 크기와 학습 시간의 이슈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state-of-the-art에서 디퓨전 모델이 줄세우기를 하고 있는데 내 전공분야인 통계물리학에서 비롯된 모형이 머신러닝 커뮤니티에서 최전선에 쓰인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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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12, 2021

[Paper archive] Geometric decomposition of entropy production in out-of-equilibrium systems

Dechant, Andreas, Shin-ichi Sasa, and Sosuke Ito. "Geometric decomposition of entropy production in out-of-equilibrium systems." arXiv preprint arXiv:2109.12817 (2021).

(링크: https://arxiv.org/abs/2109.12817)

누군가 할수밖에 없지만 누가 먼저 해서 섭밋하느냐의 문제였던 그런 연구 같다. 저자 목록이 굉장히 쟁쟁한데, 확률열역학 전반에서 무척 유명한 Shin-ichi Sasa, 정보기하와 통계물리의 접점을 연구하는 Sosuke Ito, 그리고 thermodynamic uncertainty relation 쪽에서 논문을 많이 쓴 Dechant가 함께 연구했다.

비평형 상황에서는 순행 확률과 역행 확률이 달라서 세계가 비가역적으로 변화한다. 이런 비가역성의 정량적 척도가 바로 엔트로피인데 이 양은 평형일 때는 증가하지 않고, 비평형일 때는 증가한다. 그 증가량인 entropy production (EP)은 평형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것 그 자체에서 오는 기여분(houskeeping EP)과,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기여분(excess EP)로 분해된다. 이러한 분해는 포말하게는 확률적 동역학의 경로확률 분포를 체계적으로 잘 쪼갬으로써 얻어진다.

그런데 파라미터를 바꿔가면서 이 결과값들을 다루다보면 매니폴드 상에서의 거리 혹은 divergence로 해석될 거라는 느낌이 들고, 일반적인 entropy type의 양들 자체가 사실 그렇게 해석되는것이 상당히 자연스럽다. 또한 EP의 서로 다른 요인들이, 그런 추상적인 공간 상에서 서로 다른 '방향'들로 구분된다면 아름다울 것이다. 본 연구에서 total EP 속의 세부구조인 housekeeping과 excess에 대해 그 작업을 진행한것.

그런데 함수에 대한 이러한 기하적인 의미부여는 이해와 활용에 많은 도움이 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아주 좋은 연구라기엔 좀 부족할수 있다. 결국 어떤 새로운 걸 할 수 있느냐, 혹은 기존에 어려웠던 걸 어떻게 쉽게 해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할테다. 저자들은 열역학적 불확정성 관계(TUR)를, total EP가 아닌 housekeeping EP에 대해서도 보였다. 그리고 excess의 경우에는 아직 자세히 읽어보진 않았지만 optimal transport를 위한 프로토콜을 제시하는데 유용하게 쓰일수 있다는것 같다.

이제는 further decomposition에 대한 정보기하적인 해석도 차차 이뤄질듯하다. Housekeeping EP는 또다시 bDB와 as로 나눠지는데 내 경우에는 풀고 있는 모델에서 이 decomposition이 피타고라스정리와 비슷한 꼴로 써지는 걸 이미 관찰한바있다. 이는 housekeeping/excess에서처럼 무조건 기하적 의미를 가질수밖에 없는데 본 연구를 참고해서 그 정당화를 해보고, thermodynamic control 등의 관점에서 유용성도 찾아본다면 나름 재밌는 주제가 될 것 같다. 근데 빨리 안하면 누군가 먼저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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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November 2, 2021

옆 학과에 재미난 연구실이 생겼다

상당히 하드코어한 물리학을 쓰는 것 같은 교수님(https://waves.snu.ac.kr/home)께서 전기과에 부임하셨다. Publication list에서 supersymmetry라는 단어가 보이길래 들어가 볼 수밖에 없었다 (학부 졸업할 시점까지 교양과학 책에서나 봤었던 supersymmetry는 페르미온과 보존 사이를 바꿔주는 변환을 말하는거니, 잘 모르지만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다룬다면 나올법해 보이기는 한다). PI께서는 학석박포 모두 서울대 전기에서 하셨고 (박남규 교수님 제자) 연구실 주제는 광학적으로 작동하는 지능시스템을 구현하는 것.


박남규 교수님 제자분답게 원래 플라스몬 제어 같은 걸 하셨고 그걸로 논리소자를 구현하는 관심사를 현재의 주제로 연결하신 듯하다. 예컨대 어떤 재료의 단위체에서 광신호의 인풋-아웃풋 관계가 비선형인데, 단위체들 사이의 연결관계를 desired statistics를 갖도록 편하게 엔지니어링할 수 있다면 그것을 인공신경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photonic AI로 연결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재료의 좋은 예가 바로 통계물리 내지는 재료러들에게 익숙할 disordered system, 혹은 scale-free network로 간주할수 있는 material인 듯하다. 이러한 매질에서 빛의 anomalous (특히 super)diffusion을 보는 논문도 있다. 아무튼 레귤러한 시스템보다는 이런 시스템들의 disorderedness를 엔지니어링함으로써 그 광학적 지능시스템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개선할 수 있는 모양. 아무튼 통계물리 붐은 와야한다...

사이트를 보니 학부 동기 한 명도 대학원생으로 있는것 같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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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October 4, 2021

Parisi의 노벨물리학상 수상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마나베·하셀만, 파리시에게 주어졌다 (기사 링크: [속보]노벨 물리학상에 마나베·하셀만, 파리시). 스핀글래스에도 큰 기여를 했고 KPZ 모델의 P가 바로 이분이기도 하고... 이외에도 우리 분야에서 이름은 모르기 어려운 분이고 당장에 우리랩 신입생 석사지도교수의 지도교수시다.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은 90년대 이후로나 발전한 stochastic thermodynamics에 기반을 많이 두고있어서 Parisi의 Replica method 같은 테크닉을 직접 사용할 기회는 사실 많지 않긴 한데... 여러 군데에서 예상치못하게 이름이 등장하는 분이라 그래도 신기하다. 예컨대 확률열역학의 기반이 되는 SDE 같은 것과 양자역학의 커넥션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stochastic quantization이라는 토픽도 Parisi의 웤이라고 알고 있다 (사실 경로적분 포말리즘에 의해 통계물리와 양자역학이 연결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것인데 stochastic quantization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히 어떤 contribution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예전에 Renormalization group 등에서도 상이 나오긴 했지만 보통은 특정한 연구대상에 대한 성과에 노벨상을 주는거 같고 통계물리 일반의 이론적 기법에 수여하는 건 상대적으로 드문것 같았는데... 나름 독특한 색깔의 시상 같다. 암튼 안그래도 오늘 아침에 랩 사람들끼리 Barabasi를 필두로 한 복잡계 및 네트워크 과학 연구자들도 노벨상 받을만 하지 않나 이런 얘기 했는데, 이런 시상의 경향이라면 이쪽도 언젠가는 진짜 될수도 ㅎㅎ

Saturday, October 2, 2021

Non-equilibrium collective phenomena workshop 2021 (NCP2021) 후기 - (2)

지난번 중간평가(?)에 이어, 워크숍이 다 마무리되고 나서 이번 워크숍에 대한 소감을 다시 정리해본다. 일단 각 분야 내용에 대한 생각은 뒤쪽으로 밀어두고... 내 관심분야 내지는 성향, 그리고 연구라는게 대체 무엇인지 등과 관련된 추상적인 잡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그 얘기부터 써보겠다.


워크숍 내용과 직접 관련된 얘기는 아닌데 듣다보니 이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일단 나는 마음에 드는, 멋있다고 느껴지는 이론체계 내지는 사고방식 같은 게 있으면 거기에 꽂히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걸 어디에 적용해볼수 있을지, 적용되는 사례가 있을지 찾아보고 생각해 본다. 그러다 보니 내가 떠올리는 토픽들은 주로 내가 좋아하게 된 방법론을 '적용할 수 있으니 해본다' 정도지, 현재 쟁점이 되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보겠다 이런 느낌이 아닌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과학도로서 가지는 건전한 태도인지, 그리고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태도인지 걱정이 든다는거다. 반대로 비전, 목표에 대한 관심은 있는데 방법론 자체에서 재미를 못느낀다면 그건 오히려 더 고충이겠다 싶기도 하고. 하여튼 두 계기 사이에서 균형잡힌 변증법적 발전이 중요하지 않겠나.


예컨대 소프트매터 시스템도 현재로서는 특정 생체현상을 가능한 미니멀한 원리들로부터 규명하고자 하는 목적 그 자체보다는 내가 관심이 있는 이론 혹은 사고방식이 주로 그런 시스템들에 멋있게 적용이 되고 어느정도 설명을 하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것에 가깝고... 정보기하 공부하다가 연장선상에서 보게 됐던 thermodynamic geometry 역시 포말리즘은 무척 마음에 드는데, 정작 그것들이 trivial하지 않게 적용된 논문들을 보니 팔자에도 없을거라 생각했던 (아마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긴한) 블랙홀 같은 무서운 것들이 튀어나왔었다. 요컨대 난 관심 방법론이 핵심적으로 역할을 하고있어서 따라가보면서 연습해볼수 있는 논문이면 관심대상들이 너무 저세상이더라도 따라가볼 의향이 있는데, 그런 취향이 계속된다면 말그대로 흥미본위의 공부일뿐 한정된 시간에서 너무 소모적이지 않겠나 싶은것.

공부뿐만 아니라 연구에서도 그렇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할수 있으니까 해보는' 연습문제식 연구들은 그 과정이 재밌을지라도 그 결과가 정말로 큰 임팩트를 주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점 역시 느끼고 있다 (사실 물리과 학사졸업논문도 그렇게 습작식으로 주제를 선정해서 썼다). 그래도 누군가 했을 법도 한데 딱히 어디도 없는 계산들은 논문 부록에 써놓으면 citation이 꾸준히 생기긴 하던데... 하여튼 결국 이런것들이 쌓여 최신의 쟁점들에 대한 시야도 넓어지고, 시야가 생겼을때 그걸 실현해낼 맷집도 생기는것 아닌가 싶긴 하다. 그렇다고 무지성으로(?) 쌓아서는 안되고 일부러라도 능동적으로 생각을 그런쪽으로 끌고 가야 하는것 같다. 내 재미를 위해서 사회적 자원을 끌어써도 되는게 대학원의 장점이기는 하지만 그걸 위한 책임의식과 셀링이 당연히 필요한것이고, 꼭 책임의식이 아니라 철저히 내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연구사적 맥락과 스토리는 확실히 잡혀야지.

하여튼 이번 워크숍에서 잘된 연구 혹은 잘된 발표들을 들어보니 이런 두가지 측면(방법론과 문제설정)의 상호작용이 뛰어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보도자료 등으로 이미 익숙한 카이스트 김재경교수님 연구가 그랬는데, 수학적으로도 흥미로운데 그걸로 해결하려는 문제들이 엄청나게 실질적이고 중요한 것들이라는 인상이 들었다. 우리교수님 발표도 그랬고😀 나도 이를 뒷받침하는 더 훌륭한 대학원생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교수님께서 바빠 보이시더라도 이런 애매한(?) 주제도 말씀 꺼내보면 은근히 좋아하시더라는 얘기도 있었으니 혼자 고민하지 말고 자주 말씀을 나눠야겠다 (특히 얼마전 구두자격시험의 방향설정과 관련해서 오랜만에 이런느낌의 고민?을 말씀드렸었는데 굉장히 잘 답해주시길래...).

다음은 내용적인 얘기 (간단히만). 일단 플랫밴드라는 토픽이 있었는데, 흔히들 고체물리에서 하듯이 운동량공간에서 밴드를 그리는데 그 밴드가 평평하게 생긴걸 플랫밴드라고 하더라. 지저분한 현상들이 사라지고 우리가 원하는 재밌는 현상들이 깔끔하게 잘 나타난다?는 느낌같은데 잘 이해를 못했다. 고체물리는 어렵다.

그 다음 주제는 population dynamics, game theory 쪽이었다. 이건 내용 자체보다는 그냥 이걸 보다가 내가 예전에 했던게 생각나서... 뭔고 하니 최적제어이론 수강했을때 했던 기말프로젝트다. 그때는 높았던 수업난이도를 잘 못따라가서 그냥 쉬운버전(?)의 최적제어 했던거라 부끄러움밖에 없었는데, 다시 열어보니 내용이 나름 생각해볼게 많다. 뭔고 하니 죄수의 딜레마를 연속적인 동역학으로 확장한 모형인 CAIPD에서, autonomous하게 두고 관찰하는게 아니라 플레이어 한명한테 인풋을 줘서 상대방한테 능동적으로 밀당을 해보겠다는 거였다. 최종적인 협력도가 전반적으로도 높아야 하고, 나랑 상대방의 협력도 차이가 너무 크면 한쪽이 자존심이 상하니까 그런 상황도 피하는 쪽으로 비용함수를 짰던 건데 이게 인간관계에 analogy가 꽤 되는듯해서, 연습 겸 강화학습 같은걸로도 해보고 랩 내부에 가끔 있는 취미발표시간(?)같은 데서 소개해 볼까 싶다.

양자 다체계에서의 ergodicity 연구는 지난번 글에 썼으니 생략하고,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건 quantum heat engine 쪽이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무척 재밌었다. 관측 scheme에 따라서 일의 확률분포 개형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이, 양자적 효과라는 게 어떤건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느낌이고... 만약에 생체계에의 적용보다는 펀더멘탈한 열역학 쪽을 할거라면 이런 쪽으로도 언젠가는 반드시 involve될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 무엇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여기서 사용하는 이론들이 꽤 간지가 난다(...)

마지막으로 물리 외적인 걸로 돌아와서 끝맺자면... 줌에서와 달리 오프라인에서 하니까 사람들과 직접 말씀나눌 기회도 살짝씩 있는 게 좋았다. 특히 학부시절 정하웅교수님 연구실에 몇번 나갔을 때 그곳 학생이셨던 박사님들께도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고 연구 얘기도 해봤다. 기관과 호텔 모두에서 방역과 안전에도 정말 많이 신경쓴 티가 났는데 사실 꼭 이렇게 했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오프라인의 장점은 분명히 있는거구나 하는걸 체험을 좀 했다.

아무튼 이제는 본격적으로 현생을 살 시간인데... 뭐부터 해야할지도 정리가 좀 되었으니 오늘부턴 다시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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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28, 2021

Non-equilibrium collective phenomena workshop 2021 (NCP2021) 후기 - (1)

APCTP에서 주관하고 지원한 NCP2021 워크숍(링크)에 참여했다. 오프라인 포스터발표라는걸 처음으로 해봤다.


늘 줌 화면으로만 뵙던 교수님들, 박사님들도 오셔서 질문을 주셨는데 뭔가 연예인을 직접 보는 느낌도 나고🤣 코비드 상황인지라 당연히 학술발표 시간 말고 어떠한 교류 세션도 없어서 그 점이 좀 아쉽지만 저녁에 혼자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볼 여유가 있어서 오히려 좋기도 하다.


연구의 의의를 설득하는 대목에서 내가 자의적으로 강조점을 몇 가지 잡았는데 다행히 이 부분이 반응이 되게 괜찮았다. 그 중 하나는 이번에 새롭게 제시한 열효율의 tighter upper bound가, model-specific하게 찾아진게 아니라 굉장히 제너럴한 constraint로부터 유도된거라 상한으로서 더 의미가 크다는 거다. 이를테면 가장 극단적으로 과장할 경우, 실제 효율에서 그냥 0.01씩 더하면 그것도 upper bound이긴 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식으로 김새게(?) 찾은 상한이 아니라 별도의 열역학적 principle에 의거하여 명확한 의미를 갖는 근본적 제약이라는것. 그러면서도 그것이 실제 효율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상당히 근접해 있으니, 우리 모델은 열역학이 허용하는 한에서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물론 잘해서 좋다라기보다는 타이트한 제약을 찾아서 좋다는 느낌이지만).

반면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의문부호가 많이 있었는데 일단 이 모델 자체를 청중에게 와닿게 설명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듯했다. 그리고 모델의 이론적 간결성에 비해 역설적으로, 실제 계와 비교해볼때의 자유도의 개수는 오히려 불필요하게 많은거 아닌가 하는 질문도 역시나 많았다. 아무튼 몇가지 더 추가로 확인해보고 논문화를 빠르게 시작하고 싶은데 그 확인작업들이 예상보다 어려워서... 하나씩 지혜롭게 공부를 해봐야겠다.

내 포스터발표와 별개로 이번 워크숍을 총평하자면, 사실 지금까지 참가해본 여러가지 워크숍들에서는 온/오프를 막론하고 주로 (준)고전적 계에서의 stochastic thermodynamics 기반 연구들, 네트워크사이언스, 머신러닝에 통계물리를 접목한 연구들 위주로만 접해왔다. 아마 정하웅 교수님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학문적 계보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워크숍에서는 주로 고체, 양자 다체계를 포함한 보다 넓은 대상들의 비평형 현상에 대해 많이 주워듣고 있다. 사실 일각에서는 통계물리를 한다고 하면 그런 분야를 먼저 떠올리기도 하는 것 같고 말이다. 내용들이 생소해서 아직 많이 이해는 안 되지만 잘 쓰인 리뷰논문들을 몇 개 알게 되어서, 웤샵 기간 동안 그것들도 흝어봐도 괜찮겠다.

시스템이 평형에 어떻게 도달하느냐, 혹은 도달하지 못하냐라는 주제가 어찌 보면 볼쯔만 이래로 통계물리의 근본 물음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적어도 현재까지 이해하기로는) 양자다체계에서도 이와 꽤 관련있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걸 찾아볼수 있는 키워드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번 워크숍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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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ly 8, 2021

첫 NEST group meeting 발표 후기 (210709)

오늘 아침에는 고등과학원 교수님들께서 주도하시는 NEST group meeting에서 발표를 했다 (KIAS 홈페이지, NEST group meeting 홈페이지). 통계물리 분과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논문을 소개하는 시간인데, 교수님들 박사님들께서 불명확한 부분을 다같이 이해해 보자는 느낌으로 서로 디스커션도 많이 하시고 내게도 질문 많이 해주셔서 굉장히 많이 배우는 자리였다. Informal atmosphere를 추구하는 모임이지만 이런 정도의 자리가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재밌었고, 기회가 되면 줌 말고 직접 방문해서도 해보고싶다. 좀 힘 많이 줘서 준비했는데 앞으로 대학원생 때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집중수업(?) 받는 기회가 있을지 생각해보면 그 기회를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정보기하를 배우고 나서 내 기존 관심사들을 이쪽 관점에서도 봐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 예컨대 entropy production의 서로 다른 요인이 확률분포들의 매니폴드 상에서 서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겠는가, 그리고 시스템을 spoil시키지 않고 한정된 시간 안에 원하는 상으로 제어 가능한지 여부를 기하적으로 생각할수 있는가... 이런 것들.

그런데 이번에 다룬 논문 두 개는 후자 쪽에 가까운 주제를 잘 다루고 있으면서, 기존에 알려진 결과들에 단순히 기하적 해석을 부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어에 드는 열역학적 비용의 새로운 하한과 그 달성방법을 기하적 개념을 바탕으로 잘 제시했다. 비평형 상황을 올바르게 기술하려다 보니 메트릭이 Fisher information이 아니라 거기에 다른 게 약간씩 곱해진 메트릭이어서, 정보기하와는 조금 다른 기하였다는 점도 언급해둔다. 하여튼 시의적절하게 알게 되어 세미나에서 다룬 이 논문들이, 그런 막연한 관심을 비판적으로 구체화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Linear response regime뿐만 아니라 far from equilibrium에 대해서도 이런걸 잘 적용할 수 있으면 좋을 듯하다. Sosuke Ito 이분이 쓴 논문들 중에는 시간에 따라 다른상태로 컨트롤되는게 아니라, 현재 상태가 평형분포들의 매니폴드로부터 (혹은 역과정과 관련된 backward manifold(?)로부터. 이건 아직 자세히 안 봐서 뭔지 모르지만 entropy production rate 식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것 같음)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entropy production rate가 결정되는 그런 픽쳐들도 있는것 같았다. 지금 연구하고 있는 토이모델과도 관련지어 생각해 볼 때 이쪽이 사실 굉장히 마음에 드는데, 좀더 공부해보고, 기하로부터 단지 기존결과의 재해석뿐 아니라 novel한 물리적 관찰들이 나올 여지가 있는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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