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코스닥 상장 이후 4개월여 만에 600%를 넘는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프로티나(468530)는 윤태영 당시 KAIST 물리학과 교수(현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가 창업한 기술기업이다. 프로티나는 정제되거나 증폭되지 않은 단분자 상황에서의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PPI)을 검출하고 분석하는 single-molecule protein interaction detection (SPID) 기술을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다.
윤태영 교수님은 고해상도 단분자 이미징 기법의 전문가로, 이러한 기법들을 이용하면 증폭된 벌크 물질로부터 나오는 평균적 신호 대신에, 시공간상에서 특정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실제 개별적인 생체분자들의 움직임과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기법들을 통해 단백질의 접힘 경로를 직접 관찰하거나, DNA사슬을 형광 표지하여 그 내부의 자세한 구조적, 동적 정보를 재구성하는 등 생체고분자에 대한 해상도높은 분석이 가능하다. 프로티나의 창업도, 이러한 기술을 PPI 네트워크 구성에 활용했다고 보면 자연스럽다 (아래 그림).
PPI 네트워크는 말 그대로 생물계를 구성하고 기능을 하는 여러 단백질 종류들 간의 상호작용 여부를 연결망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도 2018-2019년에 PPI 네트워크 관련된 간단한 연구참여를 한 적이 있다 (아래 그림). 복잡계 물리 및 네트워크 과학의 전문가이신, 카이스트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님 연구실에서였다.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관여하는 PPI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정적인 분석을 하는 간단한 프로젝트였는데, 기존에 천식(asthma)에 대해 진행되었던 PPI 연구(S. Hwang et al., J. Theor. Biol. 2008)를 많이 참고해서 진행하였지만 해당 연구에서 사용한 HPRD라는 데이터셋보다 더욱 큰 STRING 데이터셋을 바탕으로 보다 풍부한 PPI 네트워크도 구성하였다 (아래 그림). 그리고 이 각각의 네트워크에 대한 구조 분석을 통해 CRPS에 가장 많이 관여할 것으로 생각되는 2개 수준(candidate / putative)의 후보 유전자를 목록화하였다. 웹에 공개된 여러 생물정보학 데이터 및 R, git bash 등으로 되어 있는 분석 도구도 다루어 보고, C/C++을 이용한 복잡 네트워크 분석 경험도 쌓아서 통계물리에 실질적으로 입문하는 계기가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 당시에 작성했던 보고서를 다시 읽어 보니 도메인 지식도 꽤 필요했을 것 같고 이것저것 익혀야 할게 많아 상당히 품이 많이 드는 일이었을 것 같은데, 반 년 정도 되는 기간 동안 다른 주제의 학사 학위논문과 병행하면서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 기간은 진로 불확실성으로 인해 울적해하면서도, 통계물리 분야 대학원에 꼭 오고 싶어서 잠 줄여 가며 이것저것 준비를 했던 시기다. 그래서 내 인생에서 제일 밀도높게 보낸 시기 중에 하나이면서도, 긴 터널을 통과한 것처럼 유난히 기억이 흐릿한 때이기도 하다.)
다만 내가 이 프로젝트에서 진행했던 것은 생물정보학에서 흔히 하듯이 퍼블릭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성한 네트워크에서 degree (연결선 수)와 betweenness centrality (네트워크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갈 때 특정 노드를 지날 수밖에 없다면 그 노드의 BC가 큼) 등의 지표를 이용한 정적인 구조 분석이다보니, 실제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biological pathway에 대한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등의 한계는 있다. 이와 달리 프로티나의 핵심 기술인 SPID는 퍼블릭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단분자 실험과 검출을 해서 PPI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라 pathway를 추론하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상호작용 기전의 일부분을 단분자 수준에서 직접 확인하는 수준의 해상도를 가질 수 있어 보인다. 이러한 연구는 항체 약물 설계에서 후보물질을 효율적으로 선별하고 개선하는 데에 응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혹시 한때 KAIST 물리학과에 함께 소속되어 계셨던 윤태영 교수님과 정하웅 교수님이 협업하신 연구는 없을까? 찾아보니 Science (2019), Nano Letters (2021)로 2건이 검색되지만, 둘 모두 PPI 관련된 연구는 아닌듯하다. 만약에 PPI 네트워크 쪽에서 두 분이 협업하신 연구가 있었다면 나도 프로티나와 느슨하게나마 '근거있는 내적 친밀감'(?)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농담이지만 아쉽다.
프로티나가 최근에 수주한 항체 약물 연구개발과제에 공동 참여하고 있는, AI 단백질 구조예측 및 설계의 대가이신 생명과학부 백민경 교수님이 해당 연구개발과제 하에서 생성형 항체 설계 도구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AI를 이용한 de novo 항체단백질 설계와, 이에 대한 단일분자 수준의 빠른 실험적 검증이 결합되면 제약 분야 특유의 어렵고 긴 과정을 많이 단축할 수 있을 듯해서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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