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화요일에 전공설계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진로 특강(링크)에는 퀀트 리서쳐로 일하는 분이 특강을 오셨다. 연사분이 너무 자세한 얘기는 할 수가 없다고 하셨고 실제로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명료하고 구체적인 lesson들이 있는 유익한 톡이었다. 블로그에 올리기에는 좀 specific하다고 느껴지는 업계 얘기 몇 개는 빼고, 질의응답 중에 흥미로운 내용들을 밑에 옮겨본다.
개인적으로는 LLM이 이미 광범위하게 업계에 적용 중이라는 것과 (코딩 돕는 것뿐 아니라 투자 알고리즘 자체에 적용한 일부 사례는 본 적 있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음), 퀀트 리서치에 SDE가 당연히 절대적인 비중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 제일 놀라웠다.
물론 현업 최전선에서 알파를 창출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지, 확률과정 지식을 통한 포트폴리오 이론과 파생상품론의 수리적 이해는 기초 소양으로 잘 갖추고 있어야 하긴 할 거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5월 23일(목요일)에는 AI, 언어처리 쪽 국내 리서치 엔지니어 분이 특강을 해 주셨는데, 이 분과는 끝나고 운좋게 커피챗 하는 시간도 가져 볼 수 있었다. 다소 시니컬하게 이야기하셨지만 현재 업계 동향과 함께, 학부뿐 아니라 석박사 졸업생들까지 염두에 둔 진로 관련 조언들을 해주셨다. 나랑 학부 학번이 같으시고 생각보다 human distance도 가까운 덕분에 겹지인들이 꽤 있다보니, 학교 졸업하고 떠난 그때 그 시절 사람들 얘기도 오랜만에 해 볼 수 있기도 했다.
밑에는 분야 자체에 대한 질의응답 위주로만 썼는데, 사실 이번 특강 시리즈의 포커스는 다중전공자 및 희망자의 학업 및 진로설계 쪽이었다. 센터에서 각종 경로를 통해 다중전공자나 특이 이력자를 파악하고 있다가 연락을 줘서 섭외를 한다고 하는데, 나도 평범하지 않게 다중전공을 했던 경우인만큼, 만약에 나도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이런 자리에 섭외가 된다면 보람차겠다는 상상도 해 보게 된다.
질의응답 요약
- 퀀트 일은 크게 연구 / 검증(구현 포함) / 운용 으로 나뉘는데 기본적으로는 (프랙티컬한) 리서치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손가락 끝에 수백억이 달린 트레이더와는 구분되는 편이다. 물론 퀀트 리서쳐도 회사의 미래에 대한 책임이 당연히 아주 큰데, 트레이더와는 책임의 양상이 다른 것이다. 검증 및 구현은 연구의 연장선이라 생각하면 된다. 운용은 회사의 방향과 관련된 거시적인 의사결정을 말하는데, 운용 관련 능력은 학교에서 쌓긴 어렵고 업계에서 연차를 쌓으며 얻어야 하는 것.
- 퀀트는 계속 배워야 살아남고, 수학, 물리, 통계학적 기초체력이 높아야 한다. 학업 내용들 자체보다도, 어떤 새로운 걸 봐도 쫄지 않고 잘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이건 오늘 오신 인공지능, 언어모델 쪽 연사 분도 정확히 같은 단어를 써서 이야기하신 부분. 이공계 쪽 챌린징한 일들은 대부분 마찬가지인 듯)
- fancy한 업계에서의 튀는 이력일수록, 그 당시 업계 사정에서만 가능했던 예외 사례일 수 있다. 그렇다고 표준적인 이력을 따라가서 성공한 사람을 너무 롤모델 삼아 따라가려 하지도 말아야 한다. 이력상에 안 나오는 요소들이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퀀트뿐 아니라 general하게 의미 있는 wisdom인 듯).
- SDE를 비롯한 금융수학이 얼마나 활용되나?
: SDE는 퀀트헷지펀드를 기준으로 옵션, 단기예측 쪽에서는 활용을 하는 것 같은데, 현재 퀀트 전반적으로 각광받고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 경우에따라 재조명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SDE라는 수학분야를 알고 있으니 그게 그 자체로 많이 쓰일 거라고 기대를 하기보다는, 나는 이런 정도의 수학을 이해하고 내 아이디어로 삼아서 사용할 수 있다 라는 개인역량으로 어필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 시장을 읽고 대응하는 능력, 수리적 이해능력, 빠른 습득 및 적용 능력 중 퀀트에 가장 중요한 역량을 꼽자면?
하나만 꼽기보다는 순위를 매기자면 1: 시장 2: 수리 3: 빠른적용 이다. 그런데 LLM 도입 이전까지는 정반대였다. 3이 edge가 되는 리서쳐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2는 LLM이 대체할 수도 있겠지만 훨씬 늦거나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1은, 시장 분석까지는 LLM으로 되겠지만 의사결정은 자신의 몫이므로 대체되기 힘들 것 같다. 그리고 애초에 시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지 않다면 좋은 질문을 던지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게 어렵다.
(여담이지만 이건 내가 등록한 사전질문인데 아주 좋은 질문이라고 해 주셔서 뿌듯했음)
- 자격증은 가점이 굳이 된다면 CFA 정도이지만 크지는 않다. 그 자체로 가점이 된다기보다는, 쌩 이과 출신인데 CFA가 있다면 금융 모르지는 않겠구나 정도이다. 그렇다고 CFA 있는 걸 특이하다거나 낭비라고 보는건 아니고, 있으면 당연히 좋다.
- 추천하는 실전 경제 공부법이 있다면?
1. 작은 금액이라도 다양한 섹터를 해보기
2. 실질 소득을 냉정하게 판단 (세금, 은행 이자수익 대비 상대값, 현금화비용 등 다 고려)
3. 확증 편향을 안 하는 습관
- 물리학 전공자가 여전히 많은가? 업계 경험상 그들이 특별히 보완해야 할 능력?
: rocket scientists in wall street 시절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여전히 굉장히 많다.
: 특별히 보완해야 할 능력? 이론적으로 파다 보면 리서치의 호흡이 느려진다. 일단 들어오고 나서 연습해도 되는 거긴 하지만, 문제 해결 능력이나 view를 전환, 도입하는 능력의 속도를 높이는게 필요하다.
- 비 stem 리서치 경험도 채용에 도움?
: 무조건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재밌어하고 연구 경험을 좋게 본다. 예컨대 퀀트를 위한 LLM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철학 전공이 도움이 된 사례.
: 본인의 아이디어가 테스트로 확인이 안 되더라도 말이 되고 창의적이라면 채용에 가점이 될 수 있다.
- hedgefund brainteaser 이런 식으로 구글링하면 나오는 퀴즈를 많이 풀어 보는 게 좋다.
- 너무 이것저것 요건을 채우기보다 자신만의 edge를 만들어서 어필하는 게 좋다. 들어와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