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CTP에서 주관하고 지원한 NCP2021 워크숍(링크)에 참여했다. 오프라인 포스터발표라는걸 처음으로 해봤다.
늘 줌 화면으로만 뵙던 교수님들, 박사님들도 오셔서 질문을 주셨는데 뭔가 연예인을 직접 보는 느낌도 나고 코비드 상황인지라 당연히 학술발표 시간 말고 어떠한 교류 세션도 없어서 그 점이 좀 아쉽지만 저녁에 혼자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볼 여유가 있어서 오히려 좋기도 하다.
연구의 의의를 설득하는 대목에서 내가 자의적으로 강조점을 몇 가지 잡았는데 다행히 이 부분이 반응이 되게 괜찮았다. 그 중 하나는 이번에 새롭게 제시한 열효율의 tighter upper bound가, model-specific하게 찾아진게 아니라 굉장히 제너럴한 constraint로부터 유도된거라 상한으로서 더 의미가 크다는 거다. 이를테면 가장 극단적으로 과장할 경우, 실제 효율에서 그냥 0.01씩 더하면 그것도 upper bound이긴 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식으로 김새게(?) 찾은 상한이 아니라 별도의 열역학적 principle에 의거하여 명확한 의미를 갖는 근본적 제약이라는것. 그러면서도 그것이 실제 효율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상당히 근접해 있으니, 우리 모델은 열역학이 허용하는 한에서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물론 잘해서 좋다라기보다는 타이트한 제약을 찾아서 좋다는 느낌이지만).
반면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의문부호가 많이 있었는데 일단 이 모델 자체를 청중에게 와닿게 설명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듯했다. 그리고 모델의 이론적 간결성에 비해 역설적으로, 실제 계와 비교해볼때의 자유도의 개수는 오히려 불필요하게 많은거 아닌가 하는 질문도 역시나 많았다. 아무튼 몇가지 더 추가로 확인해보고 논문화를 빠르게 시작하고 싶은데 그 확인작업들이 예상보다 어려워서... 하나씩 지혜롭게 공부를 해봐야겠다.
내 포스터발표와 별개로 이번 워크숍을 총평하자면, 사실 지금까지 참가해본 여러가지 워크숍들에서는 온/오프를 막론하고 주로 (준)고전적 계에서의 stochastic thermodynamics 기반 연구들, 네트워크사이언스, 머신러닝에 통계물리를 접목한 연구들 위주로만 접해왔다. 아마 정하웅 교수님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학문적 계보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워크숍에서는 주로 고체, 양자 다체계를 포함한 보다 넓은 대상들의 비평형 현상에 대해 많이 주워듣고 있다. 사실 일각에서는 통계물리를 한다고 하면 그런 분야를 먼저 떠올리기도 하는 것 같고 말이다. 내용들이 생소해서 아직 많이 이해는 안 되지만 잘 쓰인 리뷰논문들을 몇 개 알게 되어서, 웤샵 기간 동안 그것들도 흝어봐도 괜찮겠다.
시스템이 평형에 어떻게 도달하느냐, 혹은 도달하지 못하냐라는 주제가 어찌 보면 볼쯔만 이래로 통계물리의 근본 물음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적어도 현재까지 이해하기로는) 양자다체계에서도 이와 꽤 관련있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걸 찾아볼수 있는 키워드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번 워크숍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이 든다.
Facebook에서 이 글 보기: 링크